[과학] 비누가 떼를 제거하는 원리, 우리나라 최초의 비누

최초의 비누는 어떻게 탄생했나?

기름과 재로 만든 최초의 비누, 50년 만에 유럽인의 평균수명을 20년이나 늘린 획기적인 제품이 있다. 바로 비누다. 인류는 비누로 씻기 시작하면서 감염과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의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깨끗한 물과 함께 인류를 구한 물품 1위로 비누를 꼽기도 한다.

비누가 인류와 함께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기원전 28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이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의 비누는 동식물의 지방에 나무를 태워 얻은 재를 섞어 만들었다. 바빌론의 유물에서 비누와 유사한 재료가 담긴 원통과 기름과 재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도 우연히 비누를 발견했다. 당시 로마에서는 사포(Sapo)라는 언덕의 재단에서 양을 태워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제사가 끝나면 청소 담당이 남은 재를 집으로 가져가 물통에 넣었는데, 아내가 이 물통에서 걸레를 빨다가 때가 잘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재에 기름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로마인들은 이러한 기름 재를 사포라고 불렀고, 오늘날 ‘솝(soap)’의 어원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몇 세기 동안 비누 제작 방법이나 사용법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씻는 것을 싫어했다. 물로 씻으면 감기에 걸리거나 눈이 상한다 생각했다. 

8세기경에서야 사람들은 다시 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비누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올리브가 풍부했고, 해변에는 재를 얻을 수 있는 식물들도 많았다. 천연탄산도 흔했다. 베네치아는 고급스럽고 향이 강한 화장용 비누를 생산했는데 이 비누는 독일로 수출했다. 12세기경 비누제조법을 도입한 마르세유는 좋은 품질로 유럽의 비누업계를 석권하고 후세에 ‘마르세유 비누’라는 이름을 남겼다. 

비누
비누


비누의 대중화

인류가 비누를 사용해 온 역사는 길지만, 오랫동안 비누는 상류층만 사용하는 사치품이었다. 비누는 매우 비쌌기 때문에 사람들은 재를 섞은 알칼리성 용액을 사용했다. 200여 년 전, 18세기 프랑스의 화학자 니콜라스 르블랑(Nicolas Leblanc) 이 세탁 소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부터 일반인들이 비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르블랑 공법은 세탁용 소다를 생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비누의 대중화와 공중보건의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 공법은 많은 오염물 질을 만들어냈다. 1톤의 세탁 소다가 만들어질 때마다 염화수소 기체 0.75톤이 방출되었고, 염화수소는 염산으로 바뀌어 산과 들판을 오염시켰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이후 1863년에 벨기에 공업화학자 솔베이 (Ernest Solvay)가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는 솔베이 공법(Solvay process)을 개발했다.

솔베이 공법이 대중화되면서 르블랑 공장은 1918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대량생산체제는 비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비누의 대중화는 인류의 수명을 20년 늘린 획기적인 발명으로 꼽힌다. 비누 생산량이 늘면서 일반인들도 비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18세기 말부터 의사들도 비누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비누는 어느새 사치품이 아닌 청결을 위한 필수품이 됐다. 모든 사람이 비누로 몸을 씻고, 옷을 효율적으로 세탁했다. 비누를 사용하면서 생활환경이 개선됐고, 고질적인 피부병에서 해방됐다. 또한, 이질과 티푸스 역시 불결한 생활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다.


비노에서 사분, 비누가 되었다.

19세기 후반까지 비누는 갈색 덩어리 형태로 알칼리 찌꺼기가 남아 있어 피부에 자극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동물성 지방 특유의 냄새가 나거나 기름이 흘러 손가락이 미끈거리기도 했다. 제조업자들은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기름 야자나 무 열매나 코코넛 기름 등의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윌리엄 프록터와 제임스 갬블이 P and G 를 설립하고 1879년 아이보리 비누를 출시했다.

P and G는 큰 비누 덩어리를 잘라 파는 형식 대신 비누를 포장해 판매하는 요즘 비누 형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비누를 사용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창포나 잿물, 녹둣가루, 팥가루 등으로 세안이나 목욕했는데, 이것을 비노라 했다. 박통사언해(1677)에 한글로 ‘비노’라 쓰여 있다.

비누라는 단어는 한자어도 외래어도 아닌 순우리말로, 비노가 비누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최초로 서양식 비누가 들어온 것은 19세기 초반 프랑스의 리델 신부가 비누를 가져오면서부터다. 당시 서양식 비누는 ‘사분’이라 불렀는데, 프랑스 선교사들이 부른 사봉의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전히 경북과 경남 지역 일부에서 노인들이 비누를 사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판된 비누는 무궁화 비누다. (주)무궁화가 생산한 무궁화 비누는 故 유한섭 회장이 1947년에 제조한 국내 최초의 비누다. 집에서 양잿물로 만들어 쓰거나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던 비누가 처음으로 대량생산된 것이다. 이후 1956년 최초의 미용 비누인 애경의 ‘미향’이 생산되고, 1966년 가루비누인 럭키의 하이타이와 애경의 크린업 등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합성세제 시대를 열었다. 


세균 제거에 가장 효과적인 비누

비누는 때와 잘 붙는 친유성부분과 물과 잘 붙는 친수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친유성 부분이 때나 기름과 반응해 녹게 되는데, 친수성 부분들로 인해 뭉쳐지지 않아 물에 씻겨 나가게 된다. 물론 섬유에 낀 지방, 단백질, 먼지 등의 때는 물리적인 힘으로도 떨어져 나가지만, 비누의 성질이 때 분자들을 떼어내 빨래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손에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을 비롯 약 150종류의 세균이 살고 있다. 이런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간단하게 차단해 주는 것이 비누다. 세균 제거에는 알코올 성분이 강한 세정제가 효과적일 것 같지만, 실제 실험결과는 다르다.

세정제보다 비누로 손을 자주 씻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비누의 친유성과 친수성 원리가 손에 묻은 물질을 깨끗이 씻어내기 때문에 세정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누가 재조명되고 있다. 세정력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비누가 제격이란 것이다. 보존제, 방부제 등 화학성분이 적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체비누와 달리 고체비누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이런 영향으로 샴푸바, 트리트먼트바, 바디워시바 등 기존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던 세정제들을 비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오염과 때를 제거하는 세정효과부터, 세균을 제거해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주고 환경까지 생각한 비누! 늘 옆에 있어 무심코 지나쳤지만, 비누야말로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저렴한 개인 위생용품이다. 


비누가 때를 제거하는 원리

비누는 물과 친한 친수성 부분과 기름과 친한 친유성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물에 녹은 비누의 친유성 부분은 기름때 쪽을 향하고 친수성 부분은 물 쪽을 향해 배열한다. 비눗물이 섬유 내부로 침투하면 비누의 친수성 부분은 물과 강하게 결합하고, 친유성 부분은 기름때 주위를 둘러싸서 섬유에서 때가 떨어져 나오게 된다. 비누가 기름때를 없앨 수 있는 것은 비누가 갖고 있는 재미있는 화학 구조 덕분이다.

비누 분자는 지방산으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처럼 생겼는데, 탄소(C)와 수소(H) 여러 개가 연결된 기다란 막대 부분은 기름과 잘 결합하고 끝에 사탕처럼 붙어 있는 부분은 물과 잘 결합한다. 본래 물과 기름은 상극이어서 서로 섞이지 않지만, 한 분자 안에 물과도 친하고 기름과도 친한 성질을 다 갖고 있으니 이는 비누 분자가 물과도 섞이고 기름과도 섞일 수 있다는 뜻이다.

비누 떼제거 원리
비누 떼제거 원리


마무리

식물유 같은 천연 유지의 지방산 알칼리염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비누이다. 사탕 떠 있게 되는데, 이 공 모양의 구조를 마이셀(미셀, micelle)이라고 한다. 물반응을 거쳐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합성세제가 개발됐고, 지금 우리가 샴푸속에 있는 모든 기름때를 비누 분자가 둘러싸 마이셀을 만들면, 비로소 옷에서 기름때가 쏙 빠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