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미식가들 사이에 전해지는 말로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You are What you eat”라고 하는데, 프랑스에 대혁명이 일어났을 무렵, 법관을 지냈으며 정치인으로 활동한 동시에 미식가로 널리 알려졌던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은 일반적으로는 즐겨 먹는 음식을 통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하고, 사람의 인성과 문화까지 알 수 있다는 말로 풀이한다. 조금 더 확대 해석을 하자면 한 나라의 고유한 전통음식을 알면 그 나라의 문화와 민족성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샤브샤브의 유래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먹는 샤브샤브는 1940-50년대에 발달한 음식으로 1952년에 오사카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처음 만들어서 퍼트린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돈가스 역시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서양의 슈니첼과 포크커틀릿을 응용해 일본식으로 변형한 돈가스로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돈가스는 1929년에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덮밥을 먹은 역사는 비교적 오래 됐지만 소고기 덮밥인 규동, 돈가스 덮밥인 가스동을 먹은 것은 역시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이고, 일본의 전통 음식인 일본식 소고기 전골, 스키야키가 유행한 것 역시 1870년대 전후이다.
메이지 유신이 진행되면서, 규나베라고 하는 일본 소고기 전골(牛鍋)은 문명개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선전하면서 인기를 끌고 서민들의 식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고기를 먹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열심히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간장과 설탕을 넣고 끓인 규나베와 함께 전통적인 요리였던 스키야키도 소고기 요리로 변신했다.
우리가 흔히 일본식 소고기 전골이라고 말하는 스키야키는 얇게 썬 소고기를 두부, 배추, 쑥갓, 다시마 등과 함께 냄비에 넣어 요리한 후 계란을 푼 접시에 담아 먹는 음식이다. 스키야키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원래 삼나무 상자에다 생선이나 고래 고기를 굽거나 조려서 먹었던 음식이다.
스키야키라는 음식 이름 자체도 삼나무를 뜻하는 스키(すぎ)와 구이를 뜻하는 야키(燒き)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이름이고, 농사를 지을 때 쓰는 도구인 가래에 생선이나 고래 고기, 오리 등의 새를 구워 먹었던 요리로 가래를 뜻하는 스기와 구이라는 야키가 합쳐져 스키야키가 됐다는 설도 있다.
일본의 전통을 더럽힌다며 소고기마저 기피했던 일본인들은 금지식품이 아니었음에도 평소에 먹지 않았던 돼지고기를 이용해 돈가스를 만들었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샤브샤브를 개발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소고기를 끓는 육수에 데쳐 먹는 샤브샤브 요리가 언제 일본에 퍼졌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샤브샤브라는 이름 자체는 1952년 오사카의 한 음식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라는 이름은 식당 종업원이 수건을 물에 흔들어 빠는 모습이 고기를 육수에 담갔다 데쳐먹는 모습과 비슷해 식당 주인이 지은 이름이라고 그 뿌리를 중국식 양고기 전골에서 찾지만 역시 확실치는 않다. 지도자들이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다고 무려 1,200년 동안이나 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과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으라고 하니까 그때부터는 또 열심히 고기를 먹기 시작했던 것처럼 일본인들은 지도자의 말을 잘 듣는 민족이다. 사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나 중국 역시 농사철이 되면 소를 잡지 말라는 도축 금지령이 여러 차례 내려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소고기를 열심히 먹어서 육식금지령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마무리
한국인과 일본인의 기질적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육식금지령을 알면 일본의 음식문화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였기 때문에 생선회가 발달했다기보다는, 일본의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인 임진왜란 이후, 단백질 공급원을 동물인 생선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 일본에서 사시미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또 채식과 소식 중심의 일본인의 식단도 지금은 건강식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1,200년 동안 고기를 먹을 수 없었던 일본이었기에 필요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음식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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